님, 디시인사이드부터 틱톡까지, 우리나라 밈의 역사를 3분 요약해 드립니다. 여름휴가 특집! 우리나라 인터넷 밈의 역사.z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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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리입니다!
오락가락한 날씨 탓에 가만히만 있어도 기운이 빠지는 여름인데요. 이럴 때일수록 길고 어려운 글은 집중할 힘도 안 나실 것 같아서 준비했어요. 바로, 여름휴가 특집 ‘우리나라 인터넷 밈의 역사’!
언제부터인가 ‘유행어’라는 말의 자리를 ‘밈’이 대체했죠. ‘틱톡이 뭐야?’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두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것처럼, 가랑비에 옷 젖듯 밈도 우리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해해 온 밈의 정의와 역사(?),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 활용한 사례까지 자칭 ‘대중예술 오타쿠’ 코리가 알려드릴게요! 자기 전 ‘재밌는 거 없나’ 하고 숏폼 피드를 내리는 기분으로 쓱쓱 읽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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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걸 밈이라고 하기로 했어요
밈(meme)은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쓴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으로 등장한 신조어예요. 재현,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mimeme’를 유전자를 의미하는 영어 ‘gene’과 운율을 맞춰 ‘meme’으로 변형했죠. 도킨스는 인간의 유전자가 경쟁을 거쳐서 살아남듯 밈도 그렇다고 봤어요. 인간의 문화적 정보도 유전자처럼 계속해 자신을 복제하고 모방하며 후대를 이어나가려고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생존력이 강한 밈일수록 넓은 범위로 전파되고요. 도킨스가 정의한 밈은 모방을 통해서 전승되는 모든 문화적인 정보를 뜻하면서, 문화 전달 단위 혹은 모방의 단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밈의 개념이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느껴지는데요, 사실 우리가 밈이라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인터넷 밈을 말하죠.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의 저자 김경수는 “인터넷 밈의 뜻이 원래 밈의 뜻을 대체했다는 것이야말로 복제품이 원본을 압도한 인터넷 밈의 매력”이라고 말했어요. 그는 인터넷 밈을 ‘합성 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참여하는 대안적인 놀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는데요. 이 정의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인터넷 밈의 역사를 3세대로 구분해 살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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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로 보는 우리나라 인터넷 밈의 역사
1세대 - 원조 GOAT* 싱하형 감성 모르면 나가라
*Greatest Of All Time, 스포츠에서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 밈이 됐어요. ‘고트’, ‘고트하다’, 염소 이모지 등으로 활용됩니다.
『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에서는 밈의 시작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아무 내용이 없는 게시물을 업로드할 때 글이 삭제되지 않도록 형식상 삽입한 웃긴 사진이라고 봤어요. 커뮤니티에서는 관리자가 내용 없는 게시물을 삭제하는 일을 ‘짜른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여기서 ‘짤림 방지용’, 줄여서 ‘짤방’과 ‘짤’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이때 ‘짤방’의 주인공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은 두 캐릭터(?)를 고르자면 일명 ‘싱하형’이라고 불리는 이소룡과 개죽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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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싱하형은 디시인사이드에 영화 용쟁호투의 이소룡 캡처와 함께 게시물을 올리던 유저의 이름이기도 했어요. 고정적인 형태를 띤 게시물이 주목을 받아 디시인사이드의 여러 갤러리와 다른 커뮤니티로 퍼져나가며 밈이 됐죠.
개죽이 역시 디시인사이드에 처음 업로드돼 인터넷 스타가 된 강아지예요. 합성 소스로 활용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눈웃음이 매력적인 연예인들에게 으레 붙는 별명이 되기도 했죠. 모든 밈이 그러하듯 인터넷 세상의 뒤편으로 흘러갔지만, 2022년에는 추억의 캐릭터로 NFT가 발매되기도 했어요.
2세대 - 예능과 트위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2010년대 초 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플랫폼 역시 PC로 주로 이용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트위터(현 X의 옛 명칭)로 옮겨 가기 시작했어요. 물론 다음 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역시 건재했지만, 2세대부터는 트위터가 인터넷 밈의 또 다른 중심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죠.
트위터는 한 게시물당 140자의 글자수 제한이 있고, 이미지도 최대 4장까지만 업로드할 수 있어요. 그래서 트위터의 밈은 짧은 문장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요. 유저들이 자유롭게 게시물을 인용 게시하면서 무한대로 밈이 증식하죠.
2세대 밈의 또 다른 특징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생겨난 '유행어'가 밈의 원천이 된 것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2010년대 예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한도전>과 <1박2일>, 육아 예능의 막을 올린 <아빠!어디가?> 등이 대표적인 밈 제조기였어요.
그 중에서도 무한도전은 현재 2030을 ‘무도 짤’을 줄줄 외우는 ‘무도 키즈’로 만들었죠. 종영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상황에 맞는 '짤'이 '끌올*'되며 우스갯소리로 예언서라고 불리기까지 하는,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는 예능 프로그램인데요. 그만큼 유명한 수십 개 밈 중 포브스 선정(이것도 밈입니다) 아니고 코리가 선정한 밈 세 가지만 보여 드릴게요.
*끌올: ‘끌어올리다’의 줄임말로, 전에 게시됐던 게시물을 다시 업로드한다는 뜻. 이전 콘텐츠나 밈을 다시 주목한다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되는 신조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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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야호는 방영 당시가 아니라 종영 후 인기를 끈 밈인데요. ‘무한~ 도전!’ 구호를 외쳐 달라는 요청에 할아버지가 ‘무야~ 호~’라는 엉뚱한 구호로 답해 웃음을 자아낸 상황이었어요. 이 영상이 유튜브에서 합성 요소로 활용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여러 커뮤니티와 SNS에서 기쁘거나 기분 좋은 상황에 ‘무야~ 호~’ 짤을 올리며 유행이 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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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왜 거기서 나와…?’와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SNS나 메신저에서 이미지를 하고 싶은 말 대신 올리는 형태로 널리 사용됐어요. 지금까지도 콘텐츠 제목에 응용되기도 하고요. 이밖에도 아주 많은 무한도전 밈이 밈만 가지고도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받았죠. 예능 프로그램 밈의 힘은 짤만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직관적인 자막과, 누구나 알고 있어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짤로 대신 빠른 사과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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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 홍대입구역 어떻게 가요? 하입보이요
제목은 길을 물어보면 뉴진스의 <Hype boy>라고 답한다는 밈인데요. 이어폰을 꽂고 걷는 사람에게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라고 묻는 콘텐츠가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무슨 질문이든 다짜고짜 노래 제목을 말하는 밈이 생겨났어요.
‘틱톡은 애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셨다면 반만 맞습니다. 주 사용 층이 잘파 세대인 건 맞지만 언제나 트렌드는 신흥세력(?)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요. 틱톡 계정은 없어도 ‘마라탕후루’, ‘티라미수 케익’은 아시죠? 틱톡은 이미 온라인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중심 플랫폼이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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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걸어다니는 고양이, 다들 한 번쯤 보셨을 것 같아요. 이 뉴스는 2021년 말 MBN에서 방영된 한파 관련 뉴스였는데요. 틱톡과 X에서 서서히 퍼지다 올해 4월 경 급부상했습니다. 뚜렷한 이유는 찾을 수 없어요. 하지만 밈은 원래 그렇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라는 나레이션의 리듬감에 안무가 곁들여진 챌린지가 유행하고, 그 나레이션에 멜로디를 입혀 음원이 발매되기도 했어요.
올 상반기 챌린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 ‘마라탕후루’와 ‘티라미수 케익’입니다. 마라탕후루는 그 시작이 챌린지를 위해 만들어진 음원이라는 점에서 특이한데요, 놀랍게도 그 원작자가 13세 키즈 크리에이터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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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브의 마라탕후루는 선배에게 마라탕을 사 달라는 뜬금없는(?) 상황으로 시작해 중독성 있고 단순한 가사와 멜로디로 상반기 온라인을 휩쓸었는데요, 틱톡에서만 26만 개 영상에 음원이 삽입되었어요. 서이브는 마라탕후루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19일 신곡 ‘쿵쿵따’를 발매하기도 했는데요. 마라탕후루처럼 틱톡의 간판 밈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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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 케익’은 국내 한 인디밴드가 2015년 발매한 곡이에요. 나온 지 10년 가까이 되어 가는 노래가 왜 2024년에 유행한 걸까요? 안무 챌린지에 이어 ‘T라 미숙해~’라는 MBTI를 이용한 밈까지 재생산되며 지금 가장 핫한 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유래는 상당히 복잡한데요. 생각보다 글로벌합니다. 먼저 원본이 되는 춤은 중국 가수 젓가락형제의 Little Apple의 안무예요. 이 안무가 MMD(MikuMikuDance)라는 동영상 제작 툴 이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일본 애니메이션 헌터×헌터의 ‘곤 프릭스’라는 캐릭터로도 제작됐어요. 그리고 지난 5월, 틱톡의 ‘터헌터헌’이라는 유저가 티라미수 케익 음원과 곤 프릭스의 영상을 합성해 업로드한 게시물이 알고리즘을 타고 유행이 됩니다. 한중일 3국의 서브컬처가 합쳐져 만들어진 밈인 셈이죠.
‘유래는 됐고, 이게 왜 유행이 된건지?’ 의아하신 분들, 분명 계실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합니다😅. 게시물 댓글창에는 ‘아직 인류가 이해하기 힘든 영상’, ‘지능이 낮아지는 기분’이라는 댓글들이 인기 순 상단에 있는데요. 이걸 보는 사람들도 이게 왜 좋은지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요. ‘알고리즘의 간택’과 대중의 취향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그게 이 시대 인터넷 밈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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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지 표정😎)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 활용한 사례에 주목하세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유래를 하나하나 아는 것보다는 그래서 기업에서는 밈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고 있느냐겠죠. 최근 NH농협은행은 ‘넘흐옙은행’ 밈을 광고 캠페인 타이틀로 사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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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밈은 외국인 손님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너무 예쁘네요’라고 반복해 말했는데 알고 보니 ‘농협은행’ 위치를 묻는 말이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경험담에서 시작됐어요. 기업은행 - 귀엽네, 신한은행 - 신나네 등 여러 은행 챌린지로 변용되기도 했죠.
농협은행은 CSR 캠페인과 이 밈을 엮어 ‘넘흐옙은행에 예쁜 마음을 저축하는 챌린지’를 펼쳤어요. 그 과정에서 친환경, 이웃사랑, 농촌사랑 등 기업 가치를 강조했죠. 재미있는 대신 가볍다는 밈의 특성상 진지한 메시지 전달에 활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는데, 농협은행은 적절한 지점을 선택하는 데 성공한 것 같네요!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밈을 활용하는 시도가 늘고 있어요. 특히 타이틀이나 배너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사례가 많은데요. 저 역시도 적은 글자수 안에 어떻게 핵심과 흥미를 모두 담아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그동안 너무 정직하기만 했나’ 싶으시다면 제목이나 문구에 밈 한 숟가락 끼얹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래 사례들은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어요. 콘텐츠 게시 중 배너만 밈을 활용한 버전으로 교체해 조회수가 높아진 사례도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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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사내웹진에서는 배너에 위에 소개한 ‘꽁냥이’ 밈과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MZ사원’ 밈을 활용해 직원의 관심을 소구했어요. 사내 학습 모임과 업무 툴 소개 등 정보를 알리는 콘텐츠에서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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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업이 쓰기에 좋지 않은 밈은 뭐지?’ 사내컴 담당자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아주 많습니다.😥 방대한 밈의 세계에서 어떤 밈을 골라내야 할지 고민되신다면 부록으로 준비한 체크리스트까지 읽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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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셀 수 없이 많은 밈 중 우리 기업에서 사용해도 되는 밈은 무엇인지 고민될 때는 위 다섯 가지만 우선 체크해 보세요.
먼저 출처입니다. 원 출처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글링으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해요. 유래에 좋지 않은 의미가 있거나 기업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출처일 경우에는 과감히 버려야 해요. 특정 계층이나 사람을 차별하거나 부정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도 안 됩니다. 밈의 매력은 자유로움이지만 언어에도 TPO가 있는 법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트렌드가 지난 밈은 아닌지 확인해 주세요. 이 또한 밈으로 ‘사망선고’라고도 하는데요, 특정 밈이 온라인에서 유행하다 공중파 방송에까지 나왔다면 그 밈은 트렌디함을 잃었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뒤늦은 트렌드 따라잡기가 오히려 촌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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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나 SNS가 아니라면 모르는 밈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리도 헤비 X 유저지만 틱톡은 사실 이번 호 자료 조사를 위해 시작했거든요.🤭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거나 애매한 밈이라면 과감히 버리세요. 반드시 쓸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요! 콘텐츠를 전달하는 게 일인 사내컴 담당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기는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속담처럼 밈을 잘못 사용하느니 아예 사용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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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셨나요? 숏폼처럼 여러분의 시간을 3분 ‘순삭’ 했다면 좋겠네요. 토크쇼에서 종종 들리는 ‘MSG친다’는 말처럼, 밈을 MSG처럼 적절히 사용한다면 유쾌하게 흥미를 유발하면서 트렌드도 챙길 수 있을 거예요.
이번 호는 코리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밈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잼얘’인데요, 재미있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콘텐츠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잼얘(재미있는 이야기 해줘) - “님선(네가 먼저 해줘)” 구조로 티키타카되기도 해요. 언제나 흥미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라 더 마음에 드는 말 같기도 한데요. 여러분도 매일 업무와 일상에서 나만의 잼얘를 발견하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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